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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찬세] 침대위의 폭군

박찬열은 확실히 성격이 좋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항상 기분이 좋아질 만큼 환하게 웃고, 눈치도 빨라 자신이 기분이 좀 안좋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어떻게든 기분을 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섹스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삽입하기 전에 충분히 풀어주고, 인터코스도 그다지 거칠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뽀뽀와 키스를 계속해 주면서 긴장을 풀도록 유도해 주었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끔 성욕을 주체못하는 날에는 거칠어지긴 했지만 참을만 했다. 왜냐하면 그때는 자기도 정신이 나가서 더 거칠게 해달라고 매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박찬열은 질투가 심하다는 점이었다. 

 

 

"으음....."

 

 

세훈이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뻐근하고 뒤가 심하게 아려왔다. 그리고 찝찝하기도 했다. 어제, 관계 도중에 기절해서 죽은 듯이 잠들었기 때문이다. 제발 천천히 해달라고 빌어도 평소와는 달리 들은 체 만체 하며 절 붙잡고 격하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침대 헤드에 머리를 정신없이 박았던 것도 기억났다. 이게 다 질투의 화신 박찬열 때문이었다. 평소와 달리 웃음기를 싹 빼고 박아넣는 데에만 집중하는 찬열과 섹스를 하면 반드시 정신을 잃고 먼저 쓰러졌다. 물론 그런 절 잡고 찬열이 계속 관계를 해나가는지, 아니면 행위를 그만두는지는 기절한 자신으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세훈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에 힘을 주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뒤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씻어야겠어... 하지만 힘들어서 그런지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떼어놓기가 싫었다. 세훈이 눈을 두어 번 더 깜박거렸다. 쇄골 부근, 어깨와 등이 아파오는 걸 보니 거울을 안 봐도 어떻게 되어 있을지 뻔했다. 열이 형이 실컷 깨물고 물어뜯어서 멍이 들어 있겠지. 세훈은 제 옆에서 잠들어 있는 찬열을 내려다보았다. 스트레스 따윈 다 날아간 얼굴로 평온하게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니 너무 빡이 쳤다. 근데 또 잘생겨서 짜증났다. 왜이렇게 잘생겼대, 세훈이 툴툴거렸다. 잘생긴 얼굴만 아니었다도 바로 죽빵을 날렸을 것이다. 세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 있었던 지난밤의 섹스가 생각난다.

 

 

 


차 안에서도 내내 표정을 굳이고 말 한마디 안하는 찬열의 모습에 처음에는 기분을 풀어주려고 말도 걸고 애교도 부려봤지만 찬열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짜증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흘끗 보더니 이어폰을 귀에 꽃아넣는 것은, 분명 자기 말을 안 듣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말이 씹힌 게 민망하기도 했고, 화난 모습에 좀 쫄아서 괜히 옆에 있는 김종인과 장난을 치며 왔었다. 그러느라 말이 씹해서 좀 꽁해있던 마음도 풀어졌는데, 숙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찬열이 제 손을 턱 하고 잡고 방 안으로 끌고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뒤에서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왕왕 울렸다.

 

 

'박찬열 왜 또 저러냐?'

'모르지, 야, 귀마개 있는 사람?'

'아 또 방 뺏겼잖아!'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안다는 듯 멤버들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제각기 귀마개를 찾아댔다. 그 와중에 방을 빼앗긴 종인이 입을 댓발 내밀고 툴툴거렸다. 경수도 아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방에 못 들어가게 되어서 짜증이 난 얼굴이었다.

 

 

'아, 형, 잠깐, 잠깐만여...!'

 

 

방 문을 잠그고 세훈을 침대 위로 내팽겨친 찬열이 세훈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세훈이 당황해서 손을 버둥거렸지만 찬열은 간단히 제압하고 이제 바지를 벗겨내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왜 그래여, 어?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찬열은 말이 없었다. 이렇게 하는 건 싫은데. 세훈이 버둥거리자 찬열이 한 마디를 꺼냈다.

 

 

'더 아프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솔직히, 쫄았다. 그리고 좆됐다는 것도 직감했다. 이 형이 이렇게 나오면 그날은 백퍼센트 안 봐주고 몰아붙이는 날인데. 또 기절하겠구나, 세훈이 입술을 깨물었다. 세훈이 버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있자 찬열이 브리프까지 다 벗겨버리고서는 정작 자기는 바지만 벗었다. 왠지 억울한 기분에 입술을 꾹 깨물고 있자 찬열이 인상을 썼다.

 

격하게 몰아붙이는 찬열에 세훈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 아 너무 빨라, 힘들, 조금만 천천,히. 세훈은 개처럼 엎드리고 엉덩이만을 높게 치켜든 채 찬열을 받아내고 있었다. 수치스러운 자세였다. 얼굴 보고 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찬열도 세훈의 의견을 받아들여 섹스할 땐 거의 정상위로만 했는데. 억울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났다. 그리고 사실 찬열이 왜 화난건지 짚이는 게 없었다. 아니, 굳이 찝으라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건 정말 별 거 아닌 일이었다. 백현이 더워서 헥헥대는 거 보고 물 마실래여? 하고 물통을 건네준 게 다였다. 설마 그것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럼 진짜 치사빤쓴데, 이씨.

 

 

'흐윽...힘드러...왜 이래 진짜.....'

 

 

세훈이 울먹거리며 내뱉었지만 찬열은 그런 세훈의 말을 깨끗이 무시했다. 아니, 들어주기는 커녕 더 빠르게 몰아붙였다. 아, 세훈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죽을 것 같아. 몇 번이고 꿰뚫리는 몸에 눈앞이 번쩍번쩍한다. 세훈이 다시 한번 더 중얼거렸다. 진짜 나한테 왜 그래여....흐..

 

 

'진짜, 몰라서, 후, 그러는 거야?'

 

 

평소보다 훨씬 낮아진 박찬열의 말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헉, 찬열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세훈의 허리를 세게 붙잡았다. 정말, 짚이는, 게, 없냐고.

찬열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쓰는데, 몸을 받치고 있는 두 팔에서 점점 힘이 빠져 미끄러진다. 삐걱거리는 스프링 소리가 났다. 세훈이 입을 벌린 채 여전히 혹사당하는 중에 토막토막 이어지는 생각을 했다. 진짜 그것때문에, 그러면, 정말, 진짜아.....! 세훈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얼굴을 베개에 쳐박았다. 찬열의 가슴팍이 등에 닿아온다 싶더니, 맥없이 자빠진 세훈의 팔을 친절하게 붙잡고 다시 침대를 짚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하면 얼굴 쓸린다, 제대로 짚어.'


 

해주는 말은 하나도 고맙지 않다. 찬열이 세훈의 귀를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쳐올렸다. 흐윽, 친절하게 찬열이 잡아준 팔이 곧바로 중심을 잃고 무너졌다. 세훈이 애원했다.

 

 

'그, 그만, 담부턴 안 그럴게여, 나 이러다 죽겠어....'

'안 죽어.'

 

 

찬열이 단칼에 잘랐다. 세훈이 손을 버둥거렸다. 아냐, 진짜, 죽,어. 망할 새끼.

세훈이 찬열을 씹었다. 베개에 얼굴을 쳐박은 채 안을 들락날락거리는 성기를 느끼고 있으려니 다른 의미로 죽을 것 같았다. 오늘따라 너무 거칠지만 그러면서도 테크닉이 좋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화난 와중에도 자신이 느끼는 부분을 너무나도 잘 찌르는 찬열 때문에 몇 번이고 간다는 게 문제였다. 세훈의 엉덩이를 붙잡고 박아넣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던 찬열이 늘어진 세훈을 보고 자세를 바꾸었다. 휙, 여전히 성기는 안에 넣은 채로 체위를 정상위로 바꿔 세훈을 내려다보았다.


 

'다음부터는 안 하는 거다, 우리 세훈이?'


 

찬열이 세훈의 쇄골에 이를 박아넣었다. 악, 세훈이 비명소리를 냈다. 와득 깨무는 소리가 나고 살점이 조금 뜯겨나간 것 같기도 했다. 형 진짜 다음날 아침에 나한테 먼지나게 맞고 싶어여? 세훈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한 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찬열은 혀를 내밀어 자신이 방금 만들어낸 상처를 핥았다. 눈물이 맺힌 세훈을 보며 찬열이 웃었다.

 

 

'그런 짓은 형한테만 하는거야.'

 

 

세훈의 다리를 들어올려 어깨위에 걸친 찬열이 다시 박아넣기 시작했다. 아,아! 세훈이 시트를 움켜잡았다. 예쁘네, 세훈이. 거칠어진 찬열의 목소리를 들으며 세훈은 계속 신음소리를 냈다. 어찌나 거칠게 다뤄댔던지 신음소리도 이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먼저 정신을 잃고, 죽은 듯 잠들었다.




 

세훈이 이불을 살짝 치워 밑을 내려다보았다. 허벅지가 잇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무릎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다. 정신없이 자는 사이에 어딘가에 또 부딪혔었나 보다. 세훈이 다리를 움직였다. 쓰라려... 갑자기 속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에 세훈이 잠들어있는 찬열을 한 대 때렸다. 찬열의 미간이 구겨지는가 싶더니 검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비비적, 눈을 한 번 비빈 찬열이 세훈에게 아침인사를 건넸다.

 

 

"일어났네, 잘 잤어?"

"잘 잔것 같아 보여여?"


 

목이 쉬어 쇳소리가 섞여나왔다. 찬열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세훈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껴안았다. 맞고 싶지 않으면 이 손 치워여. 쉰 목소리로 세훈이 협박했다. 세훈의 협박따위는 간단히 무시해버린 찬열이 세훈의 목에 쪽 하고 키스했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세훈아, 미안해."

 

 

입버릇이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에는 맨날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세훈이 찬열의 팔을 잡고 떼어내려 했지만 아직도 완전히 힘이 돌아오지 않아 무리였다. 미안한 거 알면 좀 그렇게 하지 마여. 봐봐, 여기. 세훈이 손가락으로 제 눈에 들어오는 멍자국과 잇자국을 가리켰다.


 

"잘못했어여, 안 했어여?"

"잘못했어.."

"내가 아플 것 같아여 안 아플 것 같아여?"

"아플 것 같아."

"다음에 또 이럴 거에여 안 그럴 거에여?"

"그건 네가 하는 거 봐서지."


 

꼬박꼬박 세훈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던 찬열은 정작 세훈이 제일 간절한 심정으로 던진 질문에는 거절의 답을 내놓았다. 뭐여? 갈라진 세훈의 목소리가 쨍하니 올라간다. 찬열이 세훈의 목에 코를 묻은 채 속삭였다. 네가 형 열받게 하니까 그렇잖아, 응? 형도 너 아프게 하기 싫어. 

 

솔직히 정말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었지만 어제는 찬열을 달래주느라 대충 넘어가다시피 말한 게 있었는데, 당당하게 말하는 찬열의 목소리를 들으니 혈압이 올라간다. 아무리 질투의 화신이라고 해도 그렇지, 정말.

 

 

"아, 꺼져여."

 

 

세훈이 팔꿈치로 찬열을 가격했다. 윽, 찬열이 신음을 삼키며 세훈에게서 떨어졌다. 형 때문에 내 수명이 5년쯤은 깎인 것 같아. 세훈이 몸을 돌려 천천히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났다. 허리가 지끈거려왔지만 아주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이 좀 신경쓰였을 뿐. 안에 들어있을 정액을 빼내야 되는데. 따가운 시선에 세훈이 고개를 돌렸다. 찬열이 세훈의 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정액을 보던 찬열이 다시 입을 연다. 


 

"안에 있는거 빼내야 하잖아. 도와줄까?"

"...됐거든여."


 

고양이 쥐 생각 하네. 세훈이 이불을 뺏어들어 몸에 칭칭 감았다. 그렇게하고 가려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여. 세훈이 아픈 목을 부여잡고 내뱉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지이이이익, 긴 이불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청소를 다 하면서 가네, 찬열이 샤워실로 가는 세훈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떨어져내리는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긴 세훈이 눈을 감았다. 상처에 물이 닿아 조금 쓰라렸지만 그런 쓰라림보다는 긴장했던 근육이 풀어져가는 게 더 좋았다. 하아, 세훈이 숨을 내뱉었다. 샤워부스의 벽에 점차 하얀 김이 끼었다. 몇 분 동안 그저 쏟아져내리는 뜨거운 물을 맞고 있던 세훈이 눈을 떴다. 피곤하다.

 

 

"몇 시간만 더 잘까..."

 

 

오늘 스케줄 저녁이나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세훈이 벽에 한 손을 짚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벽을 짚지 않은 다른 손으로 엉덩이 골 사이를 살짝 벌려 안으로 집어넣었다. 어젯밤에 꽤나 혹사당한 곳이 부풀어올라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 것인데도 쓰라렸다. 천천히 안으로 집어넣어 한 바퀴 굴려 빼내자 손가락에 진득히 정액이 망울져 샤워기에 씻겨내려갔다. 세훈이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문이 열린 탓이다.


 

"나 씻고있잖아여."


 

하얀 김 사이로 일렁거리는 그림자에 세훈이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넣어 빼내려고 했다. 샤워부스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 왜 들어와여?! 약간 신경질이 난 세훈이 쏘아붙였다. 찬열이 세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같이 씻자. 뭐 굳이 따로 씻을 필요가 있나.

 

 

"형 진짜 뜨거운 물에 데이고 싶어여?"

 

 

세훈이 샤워기 손잡이를 온수 끝까지 돌렸다. 콸콸,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물에 찬열이 재빨리 팔을 뻗어 물을 중간으로 놓았다. 그러다 네가 데인다.


 

"벽 짚어봐."

"왜여."

"혼자서 하기 힘들잖아."


 

세훈이 찬열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고 양 팔로 벽을 짚었다. 어차피 박찬열이 들어온 이상 말을 안듣는다고 뻗딩겨봐도 의미없는 짓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히 타인이 빼내주는 게 편하긴 하지...

찬열이 세훈의 엉덩이를 잡고 그 사이를 벌렸다. 그리고 무리없이 안으로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었다. 세훈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같은 손가락인데, 왜 박찬열의 손가락에 더 민감하고, 미칠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건지. 세훈의 안을 휘적거리던 찬열이 손가락을 빼내 물에 흘려보내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같은 행동을 두어 번 반복한 후 찬열이 세훈을 살며시 안고 일으켜주었다. 다 됐어. 이왕 들어온 김에 머리도 감겨줄게. 어제와는 딴판인, 평소와 같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세훈에게 다가왔다.



"그럼 형 씻고나올게, 머리 말리고 있어."

 

 

세훈의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준 후 샤워실 밖으로 내보내며 찬열이 한 말이었다. 쏴아아아, 조금은 작아진 물소리를 들으며 세훈이 발을 움직였다. 박찬열을 알다가도 모르겠고, 종잡을 수도 없다. 세훈이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아 몰라, 잘 해결된 거 같으니 됐지 뭐. 세훈이 옆으로 풀썩 누웠다. 하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그런지 몸이 깨끗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둘 다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잠이 솔솔 왔다.


달칵. 샤워실의 불을 끄고 나머지 가운을 걸치고 나온 찬열이 침대위에서 옅게 잠든 세훈의 옆에 앉았다. 제대로 이불 덮고 자야지, 감기 걸린다. 찬열이 세훈을 살살 흔들었다. 세훈이 비척거리며 눈을 떴다. 귀찮은데..... 읏차, 찬열이 세훈을 일으켰다. 세훈이 물기가 남아있는 젖은 찬열의 머리카락을 잠시 쳐다보다가, 입을 죽 내밀었다.


 

"졸리다고여..."

"그래, 조금 더 자."


 

찬열이 세훈을 달랬다. 세훈이 찬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형 때문에 힘들고 졸려여,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세훈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

 

 

"근데 형 너무 질투많은 거 아니에여...? 솔직히 그런 것 같아..."

 

 

난 잘못한거 없는데, 괜히 혼자 열받아서 나 아프게 하구... 세훈이 칭얼거렸다. 오늘 저녁에 스케줄 있는거 알면서도 그렇게 하구, 진짜 나빴어.

불만이 가득한 세훈의 말에 찬열이 피식 웃으며 세훈을 도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대답했다.

 

 

"네가 너무 예뻐서 안심이 안 되어서 그래."

 

 

그러니까 조금만 덜 예쁘지 그랬어, 세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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