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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카세] Candy Boys

* 에치스(@echis27)님의 그림을 보고 넘 쓰고 싶어서

허락을 맡고 쓴 글입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

 

 

두 사람은 난간에 편하게 몸을 기댄 채 바람에 밀려 움직이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각자 입 안에는 달달한 사탕을 하나씩 문 채,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그렇게 한 오분쯤 있었을까. 종인은 고개를 돌려 제 옆에 있는 세훈을 바라보았다. 세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혀를 내밀어 사탕을 핥고 있었다. 체리마냥 새빨간 혀가 반복적으로 움직였다. 종인은 입 안에 있는 사탕을 굴리며 세훈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시선을 눈치챈 건지, 세훈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두 시선이 마주쳤다. 세훈은 눈을 한 번 깜박이다가, 다시 사탕을 핥았다. 결국 종인이 참지 못하고 툭 내뱉었다.


"야해."


밑도끝도없이 던져진 말에 세훈이 종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비록 밖으로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대체 뭐가,를 묻고 있는 모습에 종인이 입 안에서 사탕을 한 번 굴리곤 말을 덧붙였다.


"혀가 새빨개서."


세훈은 들고있던 사탕을 난간 밑으로 가볍게 던졌다. 선선한 바람이 세훈의 머리카락을 한 번 헝클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종인의 입에 여전히 물려있는 사탕을 빼며 입술을 떼었다. 종인아,

"키스할래?"

세훈은 이 말을 할 때면 늘 그랬듯이 애기마냥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종인은 말없이 세훈이 제 사탕을 뺏어가게 놓아두었다. 사탕이 다시 한 번 밑으로 떨어지자, 종인이 세훈을 뒷목을 끌어당겼다. 입 안에서는 방금전까지 먹었던 사탕 때문인지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종인은 바로 앞에 있는 세훈의 두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검은 눈동자가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유난히 깊어 보였다. 맞붙었던 입술이 떼어지자, 종인이 못마땅한 듯 작게 투덜거렸다.

"키스할 땐 눈 좀 감지."

부루퉁한 말에 세훈이 웃음을 떠뜨렸다. 청명한 하늘에 어울리는 만큼 그렇게 환하게. 왜 너도 눈 안 감으면서, 되받아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할 말이 없어진 종인은 괜시리 볼을 부풀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고개까지 젖혀가며 웃어가는 모습이 얄미웠다. 그만 웃어. 듣다못한 종인이 쏘아붙여도 세훈은 얼마간을 더 큭큭댔다. 자포자기한 종인이 어디 얼마나 더 웃나 보자,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노려보고 있자 결국 세훈이 웃음을 멈추었다. 아하하, 하아... 방금전까지 숨넘어갈듯 웃던 세훈이 힘없이 난간에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왠 한숨이야."


조금 어두워진 세훈의 얼굴에 종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세훈이 종인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종인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는 지친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우리 아빠 사업, 또 망했어."




Candy Boys

김종인 오세훈




1.


종인과 세훈은 꼬꼬마시절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이인, 흔히들 말하는 불알친구였다. 옆집은 아니지만 서로의 집까지 약 5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살고 있는 두 명은 자연스레 항상 같이 있는것에 익숙한 사이였다. 그렇게 같이 붙어있었던지라 종인이 하는 것은 대부분 세훈도 다 해봤고, 세훈이 했던 것도 종인이 거의 다 해봤다. 하지만 항상 시간을 공유해오던 기간도 언제부턴가 띄엄띄엄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에는 세훈이 자주 이사를 다녔기 때문이었다.


세훈의 아버지는 사업을 했다. 그 사업이 잘 풀리기만 하면 다행이겠지만, 안 될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세훈을 데리고 더 작은 집으로, 지방으로 이사를 가곤 했다. 그러다가 다시 일이 잘 풀리면 서울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맨 처음으로 세훈이 이사를 간다고 했던 날, 종인은 서러워서 울고 말았다. 조금 머리가 커진 지금에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만나는 것은 어려울 뿐 불가능이 아니란걸 알았지만, 그 시절에는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말이 평생 못볼 것이라고 알았던지라.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고 콧물을 질질 짜며 널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감수성 폭발하는 말도 했었고 말이다.


아무튼 세훈은 아버지를 따라 마치 방랑벽이 도진 사람처럼 초등학교때부터 이사가기를 반복했다. 초등학교를 3번, 중학교를 2번 옮기고 나니 세훈은 친구를 사귀기에도 쉽지 않았다. 조금 친해질라 싶으면 이사를 가고, 또 새로운 학교에 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친구랑 친해질라 싶으면 또 이사를 가고. 그래서 세훈에게 있어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김종인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언제 가는데?"

"다음주."

"다음주?"


생각보다 빠른 날짜에 종인이 크게 놀란 듯 세훈을 돌아보았다. 왜 그렇게 빨리 가냐. 세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또 한숨을 내쉰다. 나도 몰라아....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고개를 푹 파묻는 꼴이 좀 가엾어 보여서 종인은 세훈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자신과 같은 나이지만 이럴 때 하는 짓 보면 한참 어린 동생 같았다. 종인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등을 두어번 팡팡 쳐주고는 돌아섰다.


"가기 전날 연락해."

"연락은 무슨..."


하도 밥먹듯이 이사를 하는 터라 인사따위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종인은 매번 세훈이 떠날 때마다 이 말을 했다. 그리고 세훈도 말로는 저렇게 거절하는 척 하다가도 꼭 전날에는 계집애같이 아쉬운 목소리를 가득 담은 채 종인과 줄창 통화를 하곤 했다. 종인이 한 걸음 내딛은채 세훈을 불렀다. 


"내려가자, 네가 좋아하는 역사 시간이잖아."

"아 그러네."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기색을 집어던진 세훈이 좋아라하며 저만치 앞서나간 종인의 뒤를 재빨리 쫓았다.



2.


지루한 설명에다가 이어지는 교과서 공격에 종인은 하품을 크게 했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지루한 역사 시간에다가 점심 시간 바로 다음 교시라는 악조건까지 겹쳐졌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일 뿐이다, 라고 자신을 계속 달랬다. 그리고 그건 다른 애들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반 이상이 졸고 있었다. 이렇게 자면 수업하는 선생도 힘이 빠져서 수업을 빨리 끝낼 법한데- 하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세훈의 모습을 보고 종인은 생각을 지웠다.


오세훈은 딱히 잘하는 과목도, 못하는 과목도 없었으나 좋아하는 과목은 있었다. 바로 역사였다. 다른 남고생들 같이 체육도 아닌, 년도를 외우고 위인들의 업적을 줄줄히 읊어대는 그런 역사 말이다. 종인은 그런 세훈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역사 시간만 되면 바뀌는 세훈의 표정을 좋아했다. 종인이 어릴때부터 보아왔던 세훈은 어딘가 부웅 떠있는 아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 알 수 없었고, 흥미있어하는 것도 달리 없었다. 약간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종인도 역사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물론, 역사 시간에 바뀌는 세훈의 표정을 말이다.


'왠일?'


떨어진 펜을 주우려 몸을 돌린 세훈과 눈이 마주쳤다. 세훈이 입을 벙긋댔다. 안 자? 순전히 자신을 잠탱이로 보는 말에 종인이 눈썹을 들어올렸다.


'내가 맨날 잠만 자는 줄 아냐.'

'맞으면서 뭘.'


또 할 말이 없어서 종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세훈이 눈꼬리를 접어가며 웃더니 도로 앞으로 고개를 돌린다. 자신에 대한 관심은 도로 젖혀두고 수업에만 집중하는 모양에 괜히 심통이 나서 뒤통수를 뚫어져라 노려봤지만 느껴지지도 않는 건지 요지부동인다. 한동안 그러다가 포기한 종인이 세훈의 말대로 잠을 자려 팔 안에 얼굴을 묻었다.


- 나 또 이사가.


귓가에 힘없는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종인이 눈을 올려 세훈의 등을 바라보았다. 가지 말지. 종인이 입술을 감춰물었다. 어차피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돌아올 걸 아는데도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아버지만 내려가고, 넌 그냥 나랑 학교 같이 다니면 안 돼?


종인은 말을 삼켰다.



오세훈은 훌쩍 떠나도 늘 그랬듯이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돌아오곤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중학교 2학년 때,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는 여름날이었다. 그런 날씨에서도 종인은 뭇 남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늘 그리하듯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잠자면서 비축하던 체력을 다 이때 쓰는 건지 운동장에서 종인은 거의 날아다니고 있었다.


'여기, 패스!'


한 아이가 크게 소리친 곳으로 패스했으나 방향을 잘못 찬 건지, 못 받은건지 어찌돼었든 축구공은 하늘을 부웅 날아 아예 저 끝까지 신나게 굴러가고 있었다. 데구르르 하고 신나게 굴러가던 공이 멈춘 곳은 한 소년의 발끝에서였다. 소년이 발끝으로 축구공을 톡톡 치더니 곧이어 긴 다리로 뻐엉 걷어찼다. 종인은 얼떨결에 자신에게 날아오는 축구공을 받았다. 통, 통, 통. 종인의 발끝에서 축구공이 작게 튀었다. 소년의 얼굴을 본 순간, 종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잘 지냈어?


그렇게 묻는 듯, 세훈이 어깨에 멘 가방을 내려놓으며 종인을 향해 웃었다.



3.


"오세훈, 너 전학간다며!"


교실 문을 쾅 하고 열고 들어온 백현이 큰 소리로 호들갑을 떨며 세훈을 찾았다. 심지어 다음주라며!!! 세상에 오늘이 목요일인데, 말도 안 하고 스리슬쩍 가려 그랬냐? 나아쁜 새애끼. 백현이 세훈의 목에 헤드락을 걸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내가 교무실에서 엿듣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수도 있을 거 아냐!"

"애 숨 못쉬겠다."

"어? 아."


목이 졸려 백현의 켁켁대고 있는 세훈을 그제서야 발견한 백현이 짧게 사과를 건네며 헤드락을 풀었다. 자유로워진 세훈은 숨을 고르고서는 백현을 째려보았다. 아쭈, 노려보냐?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전학간다는 말 먼저 안한 네가 더 나쁜놈이거든? 뻔뻔한 백현의 말에 세훈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왜, 아버지 회사 지방으로 발령났냐?"

"뭐....."


세훈은 대답을 흐렸으나 백현은 그 대답이 사실을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백현이 잘 알겠다는 듯 말을 길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적 있거든, 그래서 중학교때 지방으로 이사간 적 있었는데 생각보다 살 만해! 여기처럼 있을 거 다 있고 놀 데도 다 있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갈 세훈을 위로해준다는 듯 제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내는 백현의 모습에 세훈이 종인을 흘끗 쳐다보았다. 종인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세훈의 눈이 잠시 가늘어지더니 아예 팔짱을 끼고 종인을 노려보았다.


"는... 내 말 안 듣고 있었지!"


백현이 세훈의 등짝을 내려치며 빽 소리를 질렀다. 세훈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 새끼들은 부부도 아니고 맨날 좋다고 얼굴 쳐다보고 있단다, 어휴. 오세훈 내려가면 김종인은 외로워서 어떻게 사냐. 백현이 실실 놀려도 종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드렁한 표정에 흥미를 잃은 백현이 허, 하고 혀를 차고서는 세훈에게 말을 건넨다.


"가기 전에 한번 진하게 놀아야되지 않겠냐. 금요일날 야자 땡땡이치고 고?"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등을 한 번 더 세게 치며 혼자 고!를 외치고 나가는 백현에 세훈이 얼얼함에 얼굴을 구겼다. 줄곧 세훈을 보고 있었던 종인은 백현이 교실을 나가자 입을 열었다.


"안 갈거지."

"어."


고민없이 떨어지는 말에 종인이 피식 웃었다. 변백현 불쌍해서 어쩌냐, 혼자 피씨방 가게 생겼네. 중얼거리는 말에 세훈이 종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있자 세훈이 먼저 피했다. 하지만 피하기 전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술을 떼었다 붙인 세훈을 종인은 놓치지 않았다. 종인이 세훈의 어깨를 턱 붙잡았다.


"뭐 말하려고 했지."

"........"

"뭔데."

"아냐."

"아니야?"

"어, 정말."


세훈이 몸을 앞으로 돌리자 어깨를 짚었던 종인의 손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앞으로 돌아선 세훈의 뒤에 대고, 종인이 입을 열었다.


"너 이사가기 전에, 나 꼭 불러."

"알았어."

"그리고 금요일날 야자 빼고 우리 둘이서만 놀러가자."


세훈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으나 미약하게 끄덕이는 고갯짓에 종인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어폰을 꺼내려는지 세훈이 몸을 숙이는 바람에 흰 목덜미가 눈에 확 들어왔다. 종인은 한 손을 들어 두께를 가늠해보았다. 자신의 짙은 피부와 대조되는 색이다 보니 더 연약해 보였다. 손을 내린 채 하얀 뒷목을 바라보았다. 종인은 문득, 세훈의 목에 입술을 대어보고 싶어졌다.



4.


보통 친구끼리는 키스하지 않는데. 키스하는 우리는 친구인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종인과 세훈은 키스를 하는 사이였다. 시작은 중학교 때 세훈이 종인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고 난 후였다. 같은 학교로 전학을 오는 건 뭐 그럴 수 있다 치지만, 같은 반까지 된 건 좀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전학 초기까지만 했어도 세훈은 그 나이대의 남학생들과 같이 심한 장난도 치고 시끄럽게 떠드는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2학기 말이 가까워지자, 세훈은 여태까지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지기 시작헀다. 장난도 줄고, 어딘가 좀 우울한 기색도 들고. 같은 반 친구들은 오세훈이 진지병에 걸렸다느니 철학자가 되어간다느니 했지만 종인은 생각이 달랐다.


대여섯 명이서 청소를 끝내고 검사를 맡겠다며 선생님을 데려오겠다는 세훈의 뒷모습을 보고, 종인은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만 잠시 눈을 붙이려 책상 위에 엎드렸다. 깜빡 잠이 들어도 세훈이 깨울 것이겠거니, 해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 창 밖으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어났네."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종인이 고개를 돌렸다. 세훈이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잠이 많아도 이만큼이나 잘 줄은 몰랐던지라, 종인은 조금 당황하여 괜히 뒷목을 긁적이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왜 안 깨웠냐."

"그냥."

"허,"

"잘 자는 것 같아서."


세훈이 입꼬리를 살짝 끌어당겨 웃었다. 세상만사 태평한 김종인, 부럽다. 중얼거리는 말에는 어딘가 우울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 종인은 상체를 일으켰다. 세훈의 두 맞물린 입술은 노을이 불들어 발그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미 한참 늦은 시각이었지만 둘 중 누구도 집에 가자고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얼굴이 노을에 물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세훈이 몸을 천천히 숙였다. 그리고, 종인의 입술에 제 입을 맞추었다.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지는 느낌에 종인은 감았던 눈을 떴다. 코 앞에서 바로 세훈의 얼굴이 보였다. 갑작스러웠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검은 눈으로 종인을 바라보던 세훈은 곧 일어나려는 듯 몸을 뒤로 뺐다. 그러는 세훈의 팔을, 종인이 덥석 잡았다. 윽, 세게 잡지는 않았건만 세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에 종인이 잡았던 팔에 힘을 뺐다. 그 대신, 팔을 빼지 못하도록 세훈의 손을 단단히 붙든 채 셔츠를 걷어올렸다. 시퍼런 멍이 자리한 팔을 보고 있는 종인을, 세훈은 포기했다는 듯 같이 보고 있었다. 한동안 묵묵히 멍을 쳐다보고만 있던 종인이 입을 열었다.


"이거, 뭐냐."

"......"

"아버지야?"


단번에 정곡을 찌르는 말에 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이 한숨을 쉬며 말아올렸던 셔츠를 도로 내려주었다. 종인은 세훈의 집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혼하고 세훈과 단 둘만이 살고 있는 세훈의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술을 마시거나 사업이 잘 안 될 때면 세훈에게 화를 내곤 했다. 지금까지는 집안 물건들은 부수더라도 세훈에게 손을 댄 적은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세훈은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미워할 수가 없었는데, 세훈의 아버지는 항상 술이 깬 후에는 세훈을 감싸안으며 미안하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이제 자신한테 남은건 너밖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버지를, 세훈은 미워할 수 없었다. 종인은 그런 세훈이 이해는 갔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네가 그런 표정이야."

"......."

"울고 싶은 건 난데."


말과는 반대로, 세훈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종인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서 그냥 따라 웃어버렸다. 어딘가 어색한 종인의 웃음을 보며 세훈이 제안했다.


"키스할래?"


노을빛으로 선명하게 물든 단어가 종인에게 나풀 다가왔다.



5.


금요일날 야자를 빼고 단 둘이서만 놀자는 계획은 결국 취소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날 오후에 세훈이 조퇴를 했기 때문이었다. 교실 앞까지 찾아온 아버지를 보고 세훈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업 중간에 가방을 들고 사라져버린 세훈을 놓고 아이들은 그 날 모든 수업이 끝날 때까지 말이 많았는데, 종례 시간에 오세훈이 오늘이 마지막이었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더 놀랐다. 종인은 세훈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이사 준비로 바빠서 못 보는 것인지, 답은 오지 않았다. 종인이 야자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워서 제가 보낸 문자를 바라보다가 잠이 들 때까지.


우우우웅-


정적을 뚫고 들려오는 요란한 진동소리에 종인이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전자시계에는 지금 시간이 새벽 3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간이 몇 신데, 누구야... 수면을 방해받아 짜증이 난 종인은 그냥 전화를 끄려고 했으나 순간 머리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한 사람에 재빨리 받았다.


"오세훈?"

- 이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 문자도 지금 봤어.

"언제 가는 거길래 갑자기 갔냐."

- 두 시간 뒤에.


갑작스러운 말에 종인이 말을 잃었다. 다음주라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바뀌었나봐. 종인은 까치집이 된 머리를 한 번 쓸어넘겼다. 핸드폰 너머에서는 세훈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 잠깐 나올 수 있어?

"어디로."

- 너네 집에서 가까운 공원.

"...너 지금 거기 있는 거야?"


이어지는 말은 없었지만 세훈이 거기 있다는 것을 확신한 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부했다. 5분 안에 갈게, 기다려.



가을로 접어든 터라 밤 공기는 선선하다 못해 차가웠다. 세훈이 앉아있을 곳을 향해 뛰던 종인은 저 앞에서 보이는 뒷모습에 걸음을 늦추었다. 고요한 주변을 뚫고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가만히 기다리던 세훈이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 빨리 왔네."


평소에는 그렇게 깨워도 안 일어나더니. 놀리는 말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종인이 세훈을 내려다보았다.


"어디로 가?"

"여기 오기 전에 살던 곳으로 가던가... 아니면 좀 더 먼 곳으로 가겠지."


씁쓸한 말에 종인은 침묵했다. 시선은 세훈이 무의식적으로 감싸고 있는 옆구리를 향하고 있었다.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멍이 들어 있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모르는 척을 한 채, 종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도착하면 전화해."

"......"

"그리고,"


종인이 잠시 말을 골랐다.


"혹시 견디기 힘들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


진지한 말에 세훈이 종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한동안 종인을 바라보던 세훈이 시계를 보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 이제 그만 가야돼.


"대답은 하고 가."

"......"

"대답."

"..알았어."


얻어낸 대답에 굳어있던 종인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단순한 모양에 세훈이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럼 가 볼게. 늘 똑같지만 늘 아쉬운 작별인사를 건네는 세훈을 바라보다가, 종인이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가까워지던 두 입술은 장애물에 가로막혀 맞닿을 수 없었다. 종인은 자신의 입에 검지손가락을 올린 세훈을 쳐다보았다.


"이것도,"


세훈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만 두자."

"......."

"친구사이는 이런 거 안하잖아."


세훈이 검지손가락을 내렸다. 안녕, 연락할게. 두 마디를 더 말한 세훈은 곧 등을 돌려 걸어갔다. 점점 멀어져가는 세훈의 모습을 보고 종인은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맞아들었다. 그 날 이후로, 종인은 세훈에게서 단 한번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언제부터 오세훈에게 전화를 걸면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원의 말이 흘러나왔다. 매번 듣는 말이었지만 종인은 차마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11개의 숫자들을 지우지 못했다.



6.


내년이면 수험생인데 계속 떠들고 앉아 있어 봐라, 그때가서 후회한다며 으름장을 놓는 선생들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종인은 아무런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껏 해왔던 대로 수업을 듣고, 졸고, 잠자기도 하는 날들을 보냈다. 종인은 교탁 위에서 말하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역사 교과서를 바라보았다. 역사 시간만 되면 오세훈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왜 역사를 좋아하냐고?'


물통에 들어있던 얼음을 오도독 오독 씹어먹고 있던 세훈이 툭 던져진 종인의 질문에 눈을 굴렸다. 글쎄, 책에 남겨진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길래 이렇게 이름이 남겨졌나 해서 궁금증을 가지다가 좋아하게 되었지. 알 듯 말듯 애매한 대답에 종인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다야? 세훈이 물통을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계속 기억된다는 게 신기했어. 나는 대단한 일도 할 수 없고, 또 모두가 날 기억하는 일은 바라지도 않지만..'


세훈이 종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 명에게라도 내가 누군가의 역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훈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청량하게 웃었다.


종인이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대각선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한 아이의 뒷모습 위로 세훈의 모습이 겹쳐졌다.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려서 왠일로 안 자고 깨어있냐며 핀잔을 줄 것 같았다. 종인이 팔 안으로 고개를 묻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확신을 주었어야 했나. 종인은 뒤늦게 후회했다.



7.


그런 종인이 밤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 너머에서 세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놀라 유리잔을 깨뜨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밤 11시 반이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어차피 유리컵을 깨도 평소같으면 혀를 차며 등짝을 때릴 부모님도 여행을 간 참이었다. 종인은 세훈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방을 나가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실내로 훅 들어왔다. 종인은 어둠 속에 서 있는 세훈을 보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종인이 천천히 세훈을 불렀다.


"오세훈?"

"..김종인."


전화로 들었을 때부터 목소리가 갈라져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더 갈라진 목소리였다. 마치 목에서 피가 배어나오는 듯 심하게 갈라진 목소리에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걸어나간 종인이 세훈의 어깨를 잡았다. 아윽, 고통을 참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종인의 손이 숙인 세훈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현관에서 흘러나온 불빛에 세훈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인아,"

"...이거,"


종인은 이를 악물었다. 환하지 않은 불빛 속에서도 터진 입가와 볼에 난 수없이 많은 상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방향이 없는 분노에 세훈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네가 견디기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잖아아..."

"....."

"나 더이상 못 견디겠어.. 살려줘 종인아.."


세훈은 울음을 떠뜨렸다. 흘러내린 눈물에 피가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훈은 종인을 붙든 채 울었다. 붙잡은 손등에도 크고 작은 상처들이 보이고 있었다. 아빠가 이제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어, 나 때문에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대, 나 때문에 이런거라고 나 때문에 엄마도 나가버리고 나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꼬여버린 거라고, 죽어버리라고, 죽여버린다고.... 마구잡이로 쏟아놓는 말에 종인은 뭐라고 말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내가 그렇게 가치가 없나?"

"......"

"그래서 이랬던 건가? 그렇지?"

"아니야. 일단 들어와, 들어와서 울어."


엉망이 된 세훈을 집안에 들여놓고 보니 더 선명하게 보이는 폭력의 흔적에 종인이 대신 신음을 흘렸다. 세훈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종인아, 김종이이인. 혀 끝에서 종인의 이름이 정신없이 뭉개졌다. 소파에 앉혀놓고 약을 찾으러 방으로 들어가는 종인의 뒤로 처량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사를 간 후로 멀쩡하게 산 날이 없었다.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육체적으로 폭력에 시달렸다. 몇 달간은 견딜 만 했다. 다시 일이 잘 풀리면 괜찮아질거니 해서 견뎠는데, 잘 풀리기는 커녕 점점 더 악화되어갔다.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마구잡이로 때리고, 너만 없으면 괜찮아질거라느니 쓸데없는 새끼라느니 욕을 해댔다. 때리는 것까진 참을 만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깨진 술병이 반쯤 깨진 전구의 불빛을 받아 번쩍이는 것을 보고,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망쳐왔다. 거의 1년간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듣고만 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있었다. 갈 만한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손 줘."

"......"


종인이 약을 꺼내들고서는 세훈을 향해 다른 손을 내밀었다. 간단하게나마 상처를 치료해주겠다는 말이었지만 세훈은 얌전히 손을 내미는 대신, 종인의 손에 들려있던 약통을 쳐냈다. 떨어진 소독제는 바닥을 엉망으로 더럽혔다. 종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치료해야될 거 아냐."

"필요없어."


여전히 울음기가 배어있지만 명백한 거절의 말에 종인이 눈썹을 들어올렸다. 세훈이 종인에게 손짓했다. 종인이 몸을 일으켜 세훈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한 번 손짓하는 모습에 상체를 숙이자, 전보다 더 마른 팔로 종인의 양 볼을 붙든 채 입을 맞추었다. 맞닿은 입술은 따뜻했지만 더없이 간절했다. 세훈은 떨고 있었다. 거절당할까봐. 종인은 떨리는 세훈의 손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종인이 세훈의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갔다. 종인은 세훈의 혀를 살살 긁어주며 세훈을 달랬다. 맞닿은 입술이 떨어졌다. 코가 거의 맞붙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세훈이 종인을 소파쪽으로 끌어당겼다.


"안아줘."

"......"

"나 좀 달래줘..."


눈동자에는 물기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종인이 입술을 감춰물었다. 제발, 종인아. 세훈이 반복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가치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결국, 마음을 굳힌 종인이 세훈을 소파 위로 눕히곤 위로 올라탔다. 상처투성이로 흐트러진 세훈이 종인의 목을 감싸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흰 목에는 이미 작은 장미가 몇 개 피어 있었다. 아마 다른 곳에도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장미들이 피어 있을 것이었다. 종인은 세훈의 목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종인을 껴안은 세훈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옷자락을 들어올릴 때마다 드러나는 멍자국에 종인은 섣불리 입을 대진 못했다. 몇 초간의 망설임 뒤에야 상처를 피해서 세훈을 안는 종인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등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멀쩡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종인이 손끝으로 땀이 배인 세훈의 등줄기를 쓸어내렸다. 아픔인지 다른 종류의 감정인지 모를 신음이 세훈에게서 흘러나왔다. 종인은 세훈의 손등 위에 제 손을 겹친 채, 세훈의 뒷목에 입을 맞추었다. 머리칼이 흔들리고, 땀이 소파 위로 떨어졌다. 정신없는 상태에서 종인은 세훈의 귀에 속삭였다.


세훈아, 넌 나의 역사 그 자체야.



8.


시계가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손님도 없어서 졸고 있던 알바생은 갑자기 들려온 딸랑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고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방금 전 들어온 두 남자는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들어올 때 난 술냄새와 멀리서도 보이는 하얀 남자의 붉게 달아오른 모습에 흔한 취객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만취는 아닌 것 같았고, 어차피 계산할때만 신경쓰면 될 일이기에 알바생은 그들이 카운터로 오기 전까지만 조금 더 졸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서서히 조는 알바생을 뒤로 하고 대화가 이어졌다. 얼른 정하지 않고 왔다갔다 거리는 손가락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웅얼웅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이걸로 해?


"아 걍 암거나 해에."

"너 딸기향 좋아하지 않냐?"

"미친노미 모래는거야 주글러고."


취한 와중에도 신경쓰였는지 알바생이 있는 곳을 흘낏 쳐다본 세훈이 종인의 등을 내리쳤다. 취한 터라 평소보다 세진 힘에 등이 조금 얼얼했지만 종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콘돔을 가리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니었나? 그럼 이건가?


"초코? 바나나?"

"시팔 그 입쫌 다무러봐.."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라 재미들린 종인이 아 향이 문제가 아니었지? 하며 다른 것을 입 밖으로 꺼내려고 하는 모습에 세훈이 종인의 정강이를 찼다. 아윽, 야! 갑작스럽게 날아온 고통에 종인이 주저앉은 사이 세훈은 꼴 좋다며 킬킬 웃고는 그대로 편의점 밖으로 나가버렸다. 절 홀랑 남겨두고 떠난 세훈 때문에 그냥 처음에 집어든 것을 골라든 종인이 계산대에 던져놓고서는 알바생을 불렀다.


"계산이요."


퍼뜩 잠에서 깨어난 알바생이 바코드를 찍을 때, 종인이 옆에 있는 막대사탕을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두 개를 골랐다.


"이것도 같이 해주세요."

"4500원입니다."


종인이 지갑에서 오천원을 꺼내 알바생에게 주고서는 그대로 물건을 받아든 채 편의점을 나갔다. 500원을 주려던 알바생은 어느 새 사라져버린 손님 뒤로 딸랑거리는 종을 바라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그대로 졸기로 했다. 편의점 밖에서는 세훈을 여유있게 따라잡은 종인이 웃으며 사탕을 건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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